좋아질지 나빠질지 누가 알겠습니까

황해도 해주 사또였던 어판득은 원래 어부였습니다.

고기잡이배를 사서 선주가 되더니 어장까지 사고 

해주어판장을 좌지우지 하다가 큰 부자가 되었습니다.

돈이 많으면 명예를 좇듯 그는 어찌어찌 한양에 줄이 닿아

큰 돈을 주고 벼슬을 샀고 평앙감사 밑에서 얼쩡거리더니

마침내 고향 해주에 사또로 부임하게 됩니다.

그는 그렇게 바라던 고향의 원님이 되어 권세도 부리고 주색잡기에도

빠지는 등 세월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즐겁지는 않고 무료하고 허망하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가을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어느날 사또는 동헌에 앉아

깜빡 졸음이 드는데...

사또는 어판득이 되어 파도가 출렁이는 바다에서 배를 타고 그물을

끌어올렸습니다.

물고기떼가 갑판위에 펄떡거리자 그도 갑판에 드러누워 껄껄

웃는 것이었습니다.

꿈을 꾸었던 것입니다.

다음날 사또는 백성들의 눈을 피해 어부로 변장하고 동헌의 전속 의원인

마의원만 데리고 바다로 나갔습니다.

준비한 쪽배를 타고 노를 저어 망망대해로 나가니 가슴이

뻥 뚫리는것 같았습니다.

옛솜씨가 되살아 난듯 그물을 던지니 물고기가 엄청나게 펄떡거렸습니다.

그는 가져온 술을 들이키며 즐거움에 한껏 젖어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손을 잘못 짚어 오른손 중지가 못에 찔려 피가 뚝뚝 흐르는데....

마의원이 그 자리에서 쑥뜸을 뜨고 붕대를 감았습니다.

"괜찮겠지?"

사또가 물음에 마의원은 심드렁하니 대답합니다.

"좋아질지 나빠질지 누가 알겠습니까."

관아로 돌아왔는데 못에 찔린 손가락이 붓고 통증이 심해서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며칠이 지나 상태가 더 악화되자 마의원은 사또의 다친 손가락을

칼로 째고 고름을 빼내야 했습니다.

"내 손가락이 어떻게 되는 건가?"

사또의 물음에 마의원은 이번에도

"좋아질지 나빠질지 누가 알겠습니까."

사또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마의원이 나이도 훨씬 위고

관내 백성들에게 존경을 받는지라 꾹 참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마침내 사또이 손가락이 썩어 들어가 손가락을 잘라내야 했습니다.

사또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마의원을 향해

"여봐라 저 돌팔이를 당장 옥에 가둬라!"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자 사또는 그날 밤 감옥에 찾아갑니다.

"이 돌팔이야, 옥에 갇힌 맛이 어떠냐?"

그러나 목에 긴 칼을 쓴 채 마의원은 무덤덤하게 대답합니다.

"이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누가 알겠습니까."

사또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여봐라 저놈을 끌어내 당장 곤장 스무대를 쳐라."

한달 뒤 사또는 붕대를 풀었습니다.

상처는 아물었지만 오른손 중지가 잘려 영락없는 불구가 되었습니다.

시름에 겨워하던 사또는 또다시 바다가 그리워져 어느날 혼자

쪽배를 타고 바다로 나아갑니다.

그때 수평선에 불쑥 솟아오른 황포돛배가 순풍을 타고 쏜살같이

파도를 헤치며 다가오는게 보였습니다.

그 배는 해적선이었던 것입니다.

해적선에 잡혀간 사또는 사색이 되었습니다다.

해적들은 갑판에 제사상을 차려놓고 용왕제를 지낼 참이었습니다.

이들은 사또를 제물로 삼을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사또를 묶던 해적이 갑자기 두목을 불러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윽고 해적 두목은 

"쳇, 이런 손가락이 없는 병신을 제물로 썼다가는 용왕님이

노하실거야."

사또는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서 돌아왔습니다.

사또는 바로 의관을 차려입더니 감옥으로 달려갑니다.

"의원님의 깊은 뜻을 미처 몰라뵈었습니다.

손가락이 없는 덕분에 목숨을 건졌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의원님을 옥에 가두다니....."

사또는 손수 감옥문을 열고 마의원을 정중히 동헌으로 모셨습니다.

"죄송합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사또가 거듭 머리를 조아리자 마의원이 나직이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사또 덕분에 제 목숨도 부지했습니다.

소인을 옥에 가두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바다에 동행했을테고

소인은 사지가 멀쩡하니 해적들의 제물이 되어 지금쯤

고기밥이 되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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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옹지마처럼 변화무쌍함이 인생을 불행하게도 풍요롭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좋아도 너무 좋아할 필요없고

불행해도 너무 슬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