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특별법인 윤창호 법이 시행이 되어서도 음주운전과 그로 인한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단속주체인 경찰관의 음주운전도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어느 전문가는 음주운전이 마약보다 더 한 중독성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여기 어느 음주운전자의 고백을 통해
음주운전이 얼마나 위험한지 또 피해자는 물론이고 가해자인 자신의 삶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 알려드릴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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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6살의 남성이다.
결혼을 했었지만 얼마 안 가 이혼을 하고 지금은 혼자 살고 있다.
슬하에 자식은 없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나는 졸업 후 중소기업의 영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거래처를 관리하고 물품 주문을 받는 업무라 주로 외근을 하였다.
거래처 사장 혹은 실무자들과 점심을 하면서
심심찮게 반주도 곁들이는게 일상이 되었다.
나는 술을 좋아하고 또 나름대로 잘 마시는 축에 속했다.
성격도 원만하고 말도 조리있고 재미있게 잘하는 편이라
마감때마다 실적이 늘 상위권에 속했다.
회사에서도 인정을 받으며 2년만에 대리로 승진하였다.
대기업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월급도 오르고 영업실적에 따라 수당도 괜찮게 나오는 편이라
저축도 하며 여유롭게 생활할 수 있었다.
교제중이던 아내와 결혼도 했다.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전세로 구하며 아내와 더 나은 미래를 꿈꾸었다.
회사도 매출이 상승하면서 모든게 장밋빛이었다.
대리로 승진한지 얼마되지 않아 내 앞으로 회사 업무차량이 배정되었다.
'더 열심히 하라'는 영업이사의 격려를 받으며.....
운전을 하며 거래처를 방문하면서도 점심시간의 반주는 계속되었다.
'소주 몇 잔쯤이야 괜찮겠지'.........
어느날 오후.
회사로 복귀하는데 차량정체 시간이 아닌데도 차가 밀리기 시작했다.
사고가 났나 싶었는데....
아뿔싸! 대낮인데도 경찰이 음주단속을 하고 있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거래처 사장과 점심을 먹으며 반주를 곁들인 터라 순간
다리가 후들거렸다.
핸들을 돌려 도망갈까도 생각했지만 '마신 술이 소주 한 병도 안되는데 설마...'하는 마음으로 음주측정기를 불었다.
경찰관이 음주측정기를 확인하는 그 짧은 순간이 얼마나 긴장되던지....
이윽고 '안전운전 하십시오'라며 경례를 하는 경찰관을 보며 쾌재를 불렀다.
'역시 나는 술이 강해' 운전하는 내내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어느 여름.
내가 개척한 꽤 큰 신규거래처에서 대규모 주문이 나왔다.
단가도 괜찮은데다 거래금액의 절반이 주문과 동시에 입금까지 되었다.
회사 사장님에게까지 불려가 칭찬과 함께 금일봉까지 받았다.
나는 기쁜 마음에 그 거래처의 영업 실무자에게 술접대를 하기로 했다.
약속시간에 차를 몰고 거래처 사람을 태우고 예약한 일식집에 갔다.
둘 다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를 하고 술잔을 나누었다.
거나하게 마신 다음, 2차을 가기로 했다.
나는 스스럼없이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어이 최대리 괜찮겠어? 대리운전 불러야 안돼?"
"에이, 팀장님 요 앞인데요, 뭘?"
그렇게 거래처 팀장을 태우고 3km정도 떨어진 주점엘 갔다.
"이야 최대리 나는 정신이 지금 오락가락한데...운전까지.역시."
나는 으쓱한 마음에 그와 또다시 술과 가무를 즐겼다.
몇시간이나 흘렀을까.
술자리가 끝나고 거래처 팀장은 택시를 태워보냈다.
나도 술은 많이 마셨지만 그래도 거래처 실무자와의 자리라 긴장했던 탓인지
정신은 멀쩡한것 같았다.
시계를 보니 새벽1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대리운전 회사에 전화를 해서 기사를 불렀다.
상담사는 기사가 곧 전화를 할 것이라고 했다.
잠시뒤 걸려온 대리기사의 전화.
약20분 정도 걸린다고 했다.
나는 너무 늦다며 회사에 다시 전화를 하겠다고 했다.
다시 대리운전 회사에 전화하니 한창 바쁠 시간이라 그 근처에는 대리기사가 없어
기다려야 된다고 했다.
나는 그럼 그만두라고 짜증을 낸 뒤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택시를 탈까 하다가 요금이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2만원은 훌쩍 넘어갈텐데....'
나는 근처 편의점으로 향했다.
숙취음료와 삶은 계란을 산 뒤 차로 돌아왔다.
차 안에서 그것들을 먹은뒤, 잠깐 생각에 잠겼다.
이윽고 나는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는 집을 향해 차를 몰기 시작했다. 5분쯤 몰았을까
나는 기억을 잃어버렸다. 속된 말로 필름이 끊어져 버린것이다.
.
.
.
.
.
"괜찮으십니까?"
나는 누군가의 말소리에 어렴풋이 눈을 떴다.
도로 위였는데 어디가 어딘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경찰관이 보이고 경찰차가 보였다.
내 차 바로 앞에는 승용차가 비상등을 켠 채 서 있었다.
그런데 그 옆에 119구급차가 보이고
누군가를 응급용 침대에 태워 구급차로 옮기는 모습이 보였다.
'무슨 일이지?' 하며 어리둥절해 있는데 몸을 가누기 힘들었다.
나는 억지로 차문을 열고 내리려는데,
"아니, 젊은 사람이 술이 떡이 되도록 마셔놓고 운전대를 잡았네."
모르는 중년 남성의 화난 목소리가 남의 일처럼 생각되었다.
주위에 구경꾼들이 있었고 경찰관이 무언가 이야기를 하는데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자꾸 눕고만 싶고 자고 싶었다.
나는 경찰관의 손에 이끌려 경찰차에 태워졌다.
나는 경찰차 뒷좌석에서 다시 곯아떨어졌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누군가 나를 흔들어 깨우는 느낌이 났다.
어슴프레 눈을 뜨니 경찰 지구대 안이었다.
나는 경찰관에게 물을 좀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누군가 종이컵에 물을 채워 가져다 주었다. 점점 정신이 돌아오는것 같았다.
한 경찰관이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나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이윽고,
"음주측정하겠습니다. 불어주세요." 음주측정기를 내 앞에 들이댔다.
나는 비몽사몽간에 음주측정기를 불기 시작했고
경찰관의 "더, 더..."하는 소리가 귀에 들렸다.
"0.192% 면허취소 수치입니다. 아니 술을 이렇게나 드시고 운전을 하셨습니까?"
그순간 지구대 벽면에 있는 시계를 보았다.
'2시 15분'
그리고 고개를 떨구었다.
나는 운전을 하다 다른차를 추돌했다.
길가에 주차한 차량에서 사람이 내리던 차를 추돌한 것이다.
심하게 다친 한 명은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갔다고 했다.
이기적이게도 나는 다친 사람의 안위보다는 아내와 부모님 생각이 먼저 났다.
'어떻게 말을 하지?' 그리고 회사에서 나를 어떻게 할까? 하는 걱정이 먼저 들었다.
나는 간단하게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관할 경찰서에서 연락이 갈테니 그때 경찰서로 출두해서 조사를 받으라고 했다.
지구대를 나온 뒤 전화기를 꺼내 보았다. 집에서 부재중 전화가 수없이 걸려왔다.
나는 전화기의 전원을 꺼버렸다.
의식이 맑아올수록 걱정과 회한도 커지기 시작했다.
'그냥 대리기사를 기다리지 왜 그랬니 이 병신아'
'택시비 몇 만원이 뭐라고...아~~'
'아...죽고만 싶다'
그리고
인근 고층빌딩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
.
.
.
나는 지금 혼자 살고 있다.
그 일이 있고 나는 자살을 생각했지만 도저히 그럴 자신이 없었다.
나는 집에도 들어가지 않은 채 사흘을 이곳저곳을 배회했다. 모든 연락을 끊은채....
나흘째 되는 날 집에 들어갔고 아내는 물론 어른들도 난리가 났다.
피해자들과 합의금 때문에 전세금도 빼야 했다. 한명은 중상이었다.
벌금도 만만찮게 나왔다.
다니던 직장에서도 그만두라는 식으로 무언의 압력을 보내왔다.
결국 회사도 그만두게 되었다.
아내와 처갓집에서는 무책임한 나를 믿을 수 없다며 이혼을 요구했다.
나는 순순히 응했다.
그리고 빈털터리가 되었다.
그래도 부모님은 나를 받아 주셔서 부모님 댁에 얹혀 살게 되었다.
그 사건의 여파로 부모님의 건강도 많이 안좋아지셨다.
부모님이 나를 보시면서 한숨을 쉬는 모습이 뵙기 미안해서
나는 따로 원룸을 얻어 생활하고 있다.
요즘 나는 조그만 제조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퇴근 후 가게에서 소주를 사들고 방에서
혼자 술을 홀짝이는게 유일한 낙이다.
술로 인해 이 지경이 되었으면서 술을 끊지 못하고 있으니....
지금도 음주운전에 걸린 그 날이 생각난다.
분명히 정신이 있었는데 왜 정신을 잃었을까...어떻게 술이 취한 채로
그것도 정신을 잃은채로 10km가 넘는 거리를 운전할 수 있었을까?
나는 죽을 수도 있었고 다른 사람을 죽일 수도 있었다.
어쩌다 인터넷을 보면 음주운전사고 기사가 안 보이는 날이 없다.
'저들도 그 때 나와 같은 심정일까'
하루빨리 안좋은 기억을 떨쳐내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지만 자신이 없다.
이대로 낙오자가 되는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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