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8월 17일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새롭거나 획기적인 내용은 별로 없었습니다. 현행 입시제도에 대한 불만들은 많고 요구 사항도 제각각이어서 딱히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입시제도의 문제점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입제도 개편은 단골메뉴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눈에 띈게 하나 있는데 '고등학교 교원은 자녀가 다니는 학교 배치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 밝힌 점입니다. 이걸 '상피제(相避制)'라고 표현했습니다. 서로 피하게 한다는 뜻이네요. 사실 과거 오래전부터 교사와 그 자녀가 한 학교에 다니는 일은 비일비재했습니다. 1980년대 초반 제 고교시절 때는 담임선생님이 아버지였던 친구도 있었습니다. 체벌이 난무했던 시절 단체 기합을 받을 때도 그 친구는 벌칙이나 체벌에서 제외됐었죠. 다른 선생님들도 어느 누가 동료 교사의 아들을 두드려 패겠습니까? 지극히 공정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상피제 도입은 얼마 전 서울 숙명여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쌍둥이 자매가 문과와 이과에서 동시에 전교 1등을 했던 여파가 크게 작용한 듯합니다. 이 쌍둥이 자매의 부친이 이 숙명여고의 교사였다죠. 그것도 교무부장. 교감선생님을 보좌하면서 학생들의 학교생활 게다가 시험지 관리도 할수 있는 서열 3위의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자리입니다. 게다가 이 자매의 1학년 1학기 성적이 전교 59등과 121등이어서 논란은 더 확산되고 있습니다. 다른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센 모양입니다. 아버지인 교무부장이 직접 학교 홈페이지에 해명글을 올렸지만 조목조목 반박하는 글들이 올라오면서 논란을 더 키웠습니다. 결국 이 해명글은 삭제된 상태이고 의혹을 규명해 달라는 글이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까지 올라와 있는 상태입니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 교육청은 본청 감사관 10명을 감사팀으로 해 숙명여고를 감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장학사 3명을 구성해 특별장학조사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사실 쌍둥이 자매가 부친의 말대로 열심히 노력해서 전교 1등을 차지했을 수도 있습니다만 글쎄요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저도 그렇고 많은 분들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아버지가 교무부장 아니 그 학교 교사만 아니었으면 아이들은 아마 응원과 칭찬을 받았을 겁니다. 지금은 아마 곤경에 처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이번 사태는 그동안 우리 사회가 얼마나 공정하지 못했는가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라고 생각합니다. 정치 경제 그리고 사회 각 분야에서 우리는 불공정함을 뼈저리게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미투 운동에서 보듯 권력자들의 삐뚤어진 성범죄, 대한항공과 같은 가진 자들의 갑질 횡포. 최근의 주요 기관들 신입사원 채용비리까지 우리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불공정한 환경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육에까지, 우리 아이들이 공부하고 성장하는 학교에까지 공정하지 못하고 부도덕한 현상, 그것도 시험문제 유출 의혹 같은 대입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민감한 문제가 발생하자 해당 학교 학부모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학부모들까지 반발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아이들은 우리의 희망이고 자랑입니다. 자기 자식 안 귀한 부모가 누가 있겠습니까? 더 맛난 음식 먹이고 더 좋은 옷 입히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입니다. 밤늦도록 공부하는데 성적은 오르지 않는 자녀를 보며 속 꿇이는 부모들도 많이 계실 겁니다. 아이들은 공정한 환경에서 커나가야 하고 경쟁해 나가야 합니다. 특히나 시험은 절대적으로 공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결과에 승복하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래서 어떤 아이들은 더 나은 성적을 위해 노력하게 되고, 다른 학생은 자신의 또 다른 재능을 찾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하지만 시험에 부정이 개입되는 순간 선의의 경쟁 체제는 무너지고 분노와 좌절이 아이들의 마음에 자리 잡게 됩니다. 그럼 그 사회는 희망이 사라지게 됩니다.
아무쪼록 이 숙명여고 사태가 모두가 납득하고 수긍할 수 있게 해결이 나야 할 텐데요. 서울시 교육청의 어깨가 무거울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수능이 이제 100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7급 공무원 시험이 있었는데요. 770명 모집에 36,000명이 응시를 했다고 합니다. 경쟁률이 47.6:1 이라고 합니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시험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시험에 이렇게 목매다는 세상도 희망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시험은 엄격하고 공정하되 시험은 시험일 뿐입니다.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평가할 뿐이지 학생의 능력 전반을 평가 하는건 절대 아닙니다. 학교생활의 극히 일부일 뿐입니다. 아이들이 우리가 꾸지 못한 더 큰 꿈을 꾸고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응원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시험 성적... 그때만 좋다 뿐이지 미래에 행복하고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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