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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정석

철 없는 아내

by 올드아미 2018.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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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오늘 백화점에서 옷을 하나 봐둔게 있는데 너무 맘에 들더라."

저녁상을 치우며 설거지를 아던 아내가 뜬금없이 옷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정말 괜찮던데 세일이 내일까지라..."

말끝을 흐리는 아내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짙게 배어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쥐꼬리 만한 월급으로 살림을 잘 꾸려온 아내였지만 힘들게 야근을 밥 먹듯이 해가며

애를 쓰는 남편 생각을 한다면 철 없이 백화점 옷 이야기를 그렇게 해도 되는지 못내 서운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설거지를 끝내고 TV앞에 앉아서까지,

"조금 비싸긴 하지만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은데......안될까?"

"아니, 이 여자가 정말....지금 우리가 지금 백화점 옷 사입을 때야.?"

계속되는 백화점 옷 타령에 남편은 결국 버럭 고함을 치고 말았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고 조금 민망해진 남편은 더 이상 TV앞에 앉아 있기가 불편해 방으로 들어와 버렸습니다.

'그만한 일로 소리를 지르다니....'

남편이 되어 가지고 아내를 위해 그깟 옷 한 벌 못해주고 화를 낸 것 자체가 챙피스러웠습니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째 변변한 옷 한 벌 못 사 입고 적은 월급을 쪼개어 가며 적금과 보험 주택부금을 넣고 있는

아내가 아니었던가..


잠자리에 들 시간이 지났는데도 기척이 없는 아내가 걱정되어 거실에 나가보았습니다.

아내는 소파에 몸을 웅크리고 잠이 들어있었습니다.

울다가 잠이 들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 있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아내는 어김없이 아무일 없었다는 듯 아침상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자상하지 못한 성격이라 그런 아내를 보고도 남편은 따뜻한 말 한마디 꺼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저 현관문을 나서면서 한마디 툭 던질 뿐이었죠.

"백화점에서 봤다는 그 옷, 맘에 들면 사!"

그러면서 속으로는 '며칠 더 야근하면 되지 뭐.'하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날 저녁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서는데 아내가 현관앞까지 달려와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여보, 빨리 들어와 봐요."

"어, 왜..왜이래...."

아내는 남편의 팔을 잡아 끌고 방으로 들어가더니 부랴부랴 남편이 입고 있던 외투를 벗겼습니다.

그리고는 쇼핑백에서 옷을 꺼내 남편의 뒤로 가 팔을 끼우는 게 아니겠습니까.

"어머, 딱 맞네! 색상도 잘 어울리고.."

"!!!!!!!!!"

"역시 우리 신랑 옷걸이는 좋아."

"다..당신, 저..정말...."

"당신 겨울 자켓 벌써 몇 년째 입고 있잖아."

아내는 이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돌리며 주루룩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내는 나를 이렇게나 챙겨주려 하는데.....나는 언제나 철이 들까.'

철 없는 아내가 아닌 철 없는 남편은 아내를 포옹한 채 언제까지고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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